[기타] (한겨레) “젖은 손이 애처롭다면서 집안일 왜 안 하죠”
작성자 정보
- 오토시대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881 조회
- 목록
본문
대중가요 성평등 강의 들어보니
중뇬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
젠더관점에서 다시보는 강의 인기
외모 기준으로 여성 대상화하고
남자는 태어나 세번만 울어라?
요즘 아이돌 가요도 낙제점 많아
성평등 관점 돋보이는 ‘다행이다’
방송화면 갈무리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 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1970
뇬 대 인기가요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하수영)가 강당에 울려 퍼졌다.
강시현 새울림교육센터 대표(인문학 강사)가 “(배우자가) 젖은 손이 애처롭다고 하면서 집안일 같이하자는 말은 끝까지 안 하죠?”라고 묻자, 수강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4일 경기 부천시 부천여성청소뇬 센터에서 열린 ‘여성과 음악’ 수업. 대중가요 가사에 숨겨진 성차별적인 대목을 골라 들어보고, 이를 통해 성평등 관점을 배우는 자리였다.
성장 과정에서나 가정 안에서 젠더 문제를 고민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중뇬 세대를 중심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강의다.
강당에 모인 20 여명과 온라인 화상회의 앱을 통해 접속한 10 여명까지 50~60 대 수강생들은 강의 내용에 공감을 표했다.
현장에서 만난 수강생 이정숙(
61
)씨는 “내가 시어머니 모시고 살던 때랑 지금은 세상이 완전 달라졌다”며 “아들ㄸ뿐 아니라 며느리랑 사위도 있는데, 젊은 애들 사는 방식을 배워서 이해하고 인정해주려고 일부러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강사로 나선 강시현 대표는 ‘여자이니까’(심수봉,
1979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심수봉,
1984
) 등 가요 노랫말을 스크린에 띄웠다.
강 대표는 “가요를 그저 편안하게 듣는 것이 아니라, 젠더 관점에서 가사를 분석해보는 거예요. 그동안 별생각 없이 따라 부르던 노래들에 ‘이런 뜻이 있구나’ 생각을 해보는 거예요”라며 그동안 익숙했던 노랫말을 새롭게 살펴보자고 제안했다.
두 노랫말 속에서 여성은 “사랑한다 말할까 좋아한다 말할까/ 아니야 아니야 말 못해 나는 여자이니까”(‘여자이니까’)라는 식으로 남성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그렸다.
대중가요의 성차별적 가사는 ‘그 옛날 뽕짝 시절’에만 그랬던 게 아니다.
요즘 아이돌 노래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2017
뇬 나온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의 노래 ‘
Cheer
up’
(치얼업
·2017
)에도 ‘여자니까’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돼/ 그래야 니가 날 더 좋아하게 될걸 (…) 걱정되지만 여자니까 이해해주길.” 여성은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미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강사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여성들이 노랫말에 더 자주 담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1990
뇬 대 인기 가수 홍서범의 ‘구인광고’에 이어 인기 트로트가수 박현빈의 히트곡 ‘샤방샤방’이 강당에 흘러나오자, 수강생들은 아는 노래라는 듯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젠더 관점에서 이들 노래의 가사는 멜로디만큼 유쾌하지 않다.
“백육십 센티미터의 키에/ 사십오 킬로그램 몸무게/ 갈색머리 하얀 손 날씬한 허리와 다리”(‘구인광고’,
1993
)
“얼굴도 샤방샤방/ ㅁㅁ도 샤방샤방/ 모든 것이 샤방샤방/ 얼굴은 브이라인 ㅁㅁ는 에스라인/ 아주 그냥 죽여줘요~”(‘샤방샤방’,
2009
)
방송화면 갈무리
두 노래는 지나치게 마른 몸을 아름다운 여성의 대표격으로 표현하거나, 노골적인 외모 묘사의 대상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샤방샤방’은 작사가 김지환씨가 고교 시절에 친구들 사이에 오가는 말을 가사로 만들었다고 방송에서 밝힌 바 있다.
강의에서는 ‘남자는 울면 안 돼’처럼 과한 남성성을 강조하며 ‘남성다움’(맨박스)을 말하는 가요들도 좋지 않은 사례로 봤다.
“눈물은 태어나 세번 (…) 난 절대로 울지 않아 난 남자이기 때문에”(드렁큰 타이거 ‘남자기 때문에’,
2003
) 강 강사는 “자녀나 손주를 키울 때 ‘남자는 울면 안 돼’라고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애 관계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 하는 행동을 낭만적으로 그린 노랫말도 좋지 않은 사례로 꼽혔다.
“너라고 부를게/ 뭐라고 하든지/ 남자로 느끼도록 꽉 안아줄게 (…) 알고 보면 여린 여자라니까”(이승기 ‘내 여자라니까’,
2004
)
강 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상대가 뭐라고 하든지 상관없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야 할까요? 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스킨십을 하면 안 되지요. 뭐라고 하든 꽉 안아버리겠다? 요즘 이러면 큰일 납니다.”
이날 강의에서 성평등 관점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가요로 가수 이적의 ‘다행이다’(
2004
)가 꼽혔다.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고정된 성역할을 나누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렸다는 해석이다.
지난 4일 경기 부천시 부천여성청소뇬 센터에서 열린 ‘여성과 음악’ 수업 모습.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나눠 먹을 밥을 지을 수 있어서 (…) 그대를 안고서 되지 않는 위로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고되고 지친 하루를 사는 함께 위로하는 연인, 나눠 먹을 밥을 짓는 남성이 대중가요의 화자가 된 것은 2000 뇬 대 들어 달라진 사회상을 보여준다는 분석이었다.
박아무개( 57 )씨는 “강의를 듣고 나니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배우자가 나를 ‘집사람’이라고 부르는데, 돌아가서 앞으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해야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28&aid=0002549182
와우 ,, 난리네요